물감은 어떻게 하나의 몸이 되는가
박형옥의 회화에서 물감은 색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물감은 화면 위에서 밀리고, 접히고, 찢기고, 쌓이며 스스로의 무게와 두께를 드러낸다. 작가의 행위가 남긴 방향과 재료가 저항한 흔적은 서로 부딪히며 하나의 표면을 만든다.
작품 속 색은 단순한 면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노랑, 붉은색, 푸른색, 짙은 녹색의 층은 굳어가는 시간 속에서 주름과 구멍, 그림자를 만들고, 그 표면은 회화이면서 동시에 촉각적인 물체처럼 다가온다. 관람자는 작품 앞에서 무엇이 그려졌는지를 묻기보다 물감이 어떻게 움직였고 어디에서 멈췄는지를 따라가게 된다.
《BREATH PAINT AS IT IS》는 작가와 물감이 서로 반응하며 형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회화는 재현의 창이 아니라 물질이 숨 쉬는 장소이며, 물감은 작가의 의도를 따르는 재료가 아니라 화면 안에서 고유한 존재감을 갖는 하나의 몸이 된다.